, 2022
+오앤엘 건축사사무소
「내가 잃은 동산」 - 박완서
논에는 군우물이라는 것을 두고 있었다. 군우물은 논 한쪽 귀퉁이에 파놓은 우물보다는 크고 연못보다는 작은 웅덩이었는데 어린이에게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충충한 것이었다.
······군우물 물은 지저분하고 온갖 물풀과 물벌레가 살았다. 올챙이가 알에서 깨어나오는 것도 군우물에서였고 여름의 모기가 들끓는 것도 군우물 때문이었을 것이다. 그 밖에도 물방개, 소금쟁이, 물장군, 장구애비, 물땡땡이 등이 푸르고 느글느글한 물풀 사이를 떠다녔다.
······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내 어린 날의 가장 큰 사건이었던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에서 거스르고 투쟁하는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받은 문화적인 충격이랄까 이질 감에 대해서이다. 나는 아직도 그런 이질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. 어린 날 뒷동산에서 안겨서 맛보던 완전한 평화와 조화는 지금도 귀향의 꿈이 되어 나를 끌어당기기도 했다.
(1993년)